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국내 합천 여행기: 해인사, 황매산, 삼가한우거리 태영한우

by 크리m포켓 2025. 9. 22.
반응형

사실은 이번 합천 여행은 계획이라기보다 충동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은 계획이 있긴 했는데 너무 엉성했다. 친구가 “주말에 합천 한 번 가자”라고 던진 말에 “그럴까?” 하고 대답한 것이 시작이었다. 여행지로 합천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냥 왠지 그때 기분이 합천이 좋았다.

봄에도 가을에도 예쁜 황매산

해인사

일찍 도착한 해인사.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진 것은 ‘다르다’는 기분이었다. 도심의 공기와 달리, 공기가 차갑고 묵직했다. 그리고 소나무 향이 가볍게 코끝에 스쳤다. 그것이 첫 번째 인상이었다.

해인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었다. 고려 시대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곳. 들어서자마자 장경판전이 보였다. 목판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나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뭔가 단순히 목판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숨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장경판전을 만든 사람들의 기술도 놀라웠다. 통풍 구조, 습도 조절이나 건물의 균형… 지금 보면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선 과학적 설계였다고 안내판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절이 아닌, 후세를 위한 거대한 계획이었구나.”

돌계단을 오르며 주변을 둘러보니, 바람이 스치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새소리, 발걸음 소리, 그리고 나의 호흡. 이 모든 게 함께 어우러졌다.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황매산

해인사 관람을 마치고 향한 곳은 황매산. 가을이라 억새가 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평이했다. 그런데 중턱쯤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걸으며 머릿속 생각이 정리됐다.

억새밭이 눈앞에 나타나자, 순간 숨이 멎었다.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며 은빛 파도를 만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은색, 조금 떨어져서 보면 황금빛이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는 곧 닫았다. 그냥 눈으로 담았다.

정상에 오르니 합천호가 보였다. 햇살이 반짝였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손끝이 차갑게 느껴졌지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도 편했다. 잠시 앉아 억새밭과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다음엔 꼭 여기서 밤을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생각은 즉흥적인데, 왠지 맞는 것 같았다.

정상에는 캠핑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 웃고 떠드는 소리… 그 풍경도 묘하게 좋았다.

삼가한우거리 태영한우

황매산을 내려오고 난 뒤 향한 곳은 삼가한우거리. 합천은 한우로 유명하다. 거리에는 숯불 냄새가 가득했다.

태영한우에 들어서자, 숯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부는 깔끔하지만, 손님들이 많았다. 고기를 굽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등심을 한 점 떼어 소금에 찍어 먹었다. 첫 입에서 퍼지는 풍미와 육즙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 맛은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된장찌개는 구수했고, 밑반찬은 단순했지만 고기와 잘 어울렸다. 천천히 먹으면서, 나는 ‘이 한 끼가 오늘 여행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은 아쉬웠다. 왜냐하면 여행은 언제나 끝이니까.

여행을 마치며

이번 합천 여행은 계획이 없었기에 더 특별했다. 해인사에서는 역사와 시간을 느꼈고, 황매산에서는 자연과 마주했으며, 삼가한우거리에서는 그 지역의 맛을 직접 체험했다.

합천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매력이 있다. 역사, 자연,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곳. 합천은 그런 장소였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나를 채우는 시간 이란 것을. 합천여행을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다음에도 또 여행을 올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