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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덕 여행기: 박근석명품대게,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해파랑공원

by 크리m포켓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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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조금 차가웠다.
햇살은 부드러웠지만, 마음은 묘하게 서늘했다.
그럴 때면 괜히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네비에 ‘영덕’을 찍었다.
그저 “대게 먹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목차

  • 박근석명품대게
  •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 해파랑공원
  • 돌아오는 길

 

영덕에서 먹었던 박달대게 사진

박근석명품대게

영덕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붉은 대게 간판들이었다.
거의 모든 가게가 대게를 팔았다. 하지만 ‘명품대게’라는 말에 이끌리듯, 박근석명품대게로 향했다.
식당 앞에는 거대한 수조가 있었고, 대게들이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사장님은 능숙하게 게를 꺼내 올리더니, “오늘은 살이 꽉 찼어요. 운 좋으시네요.” 그 한마디에 이미 반쯤 맛있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이 열리고, 뜨거운 게살 향이 공기 속으로 번졌다.
색은 붉고 윤기가 났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든 살점이 쫀득하게 늘어났다.
입에 넣는 순간, 짭조름하고 달큼한 그 맛이 혀끝을 감쌌다.

그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 듯했다.
이렇게 맛날 수 있다고?! 대게살도 너무 꽉 차 있어서 놀랄 지경이었다.
정말 지쳐 있던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는 따뜻한 위로의 맛이었다.

게딱지 내장에 밥을 넣어서 비비고, 한입 먹는 순간, 내장의 녹진함이 느껴졌다.
크리미 하고 고소한, 전혀 비리거나 느끼함이 일도 없었다.
마지막에 내어준 매운탕은 된장베이스에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라면까지 넣으면 더 맛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게장라면은 메뉴에 없어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대게를 먹은 후 라면은 정말 필수 코스인데... 다음을 또 기약하기로 했다.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배를 채운 뒤엔,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바다 쪽으로 걸었다.
멀리서 커다란 함선 모양의 건물, 그게 바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었다.

입구에 다가서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 순간 묘하게 숙연해졌다.
전시실 안에는 오래된 사진들과 낡은 군복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단단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다.

바깥으로 나가니,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 바람은 차갑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지점에서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냥, 그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우린 여기서 싸웠고, 너희는 지금을 살고 있지.”
바람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해파랑공원

오후 햇살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 나는 해파랑공원으로 향했다.
길게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 바로 옆에 닿아 있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밑에서 모래가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옆으로는 잔잔한 파도가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있었다.
바다 위에는 윤슬이 반짝반짝 춤추듯 흩어졌다.
그 풍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괜히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벤치에 그냥 멍하니 앉아서 바다를 바라봤다.
멀리서 갈매기들이 날아들고, 어떤 커플은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과 나 단둘이 있는 기분이었다.

바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 속엔 소금 냄새와 파도 냄새, 그리고 약간의 자유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오는 길

해가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와 시동을 걸었는데, 유리창에 노을이 비쳤다. 그게 참 예뻤다.

라디오에서는 조용한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오늘 하루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갔다.
게살의 향, 전승기념관의 바람, 해파랑공원의 노을.
그 모든 게 한데 섞여 ‘영덕’이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누군가와 같이 오면 좋겠다.”
그때는 이 따뜻한 공기를 나누고 싶으니까.

이 하루는, 여행이라기보단 잠시 숨을 고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만들어준 도시의 이름은,
다름 아닌 영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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