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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영 여행기 1편: 장사도 해상공원, 영성횟집, 카페녁

by 크리m포켓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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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상하게 자꾸 바다가 보고 싶었다.

도시에선 아무리 하늘이 파래도, 그 아래에 쌓인 빌딩들이 바다를 대신해 버리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나 진짜 녹슬겠구나.”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통영으로 가보자고 다짐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냥 떠나고 싶었다.

너무 싱싱했던 회랑 해산물 사진

장사도 해상공원

배를 타고 장사도로 향하는 길, 바람이 얼굴을 세게 때렸다. 근데 그게 이상하게 시원했다. 눈을 감으면 짠내가 코끝을 간질였고, 머리카락은 엉망이 됐지만 기분은 묘하게 괜찮았다. ‘아, 나 진짜 떠났구나.’ 그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웃음이 났다.

섬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동백꽃길이 반겨줬다. “까멜리아”… 이름부터 참 곱다. 햇살이 동백잎에 부딪혀 반짝이는데, 그 빛이 마치 잔잔한 노래 같았다. 그 길을 천천히 걸었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좋았겠지만, 이상하게 혼자라서 더 좋았다. 나 혼자 걷는 길이 주는 자유로움이랄까.

전망대에 올랐을 땐, 그야말로 통영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던 바다는 단순히 푸른색이 아니었다. 짙은 남색, 옅은 청록, 햇살이 닿은 부분은 은빛. 그 모든 색이 섞여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한참을 서 있었다. 그냥 그 자리에, 아무 말 없이. 바람이 귀를 스치고 지나가며 ‘괜찮아, 괜찮아’ 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 아무 걱정도 없었다. 도시의 시간도, 사람들의 말도, 다 바다에 녹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영성횟집

배를 타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밥 생각이 났다. 그때 마침 검색창에서 본 이름, “영성횟집”. 통영하면 무조건 회는 꼭 먹어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모둠회랑 전복물회 비주얼에 반해서 여기로 픽 했다.

가까운 곳에 시장도 있고, 여기서 동피랑 디피랑도 근처에 있어서 참 좋았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감성돔이랑 여러 가지를 섞은 모둠회가 나왔다. 보기만 해도 너무 먹음직스러웠다. 다음번에는 전복물회가 나왔다, 새빨간 소스에 전복을 정말 많이 넣어주셨다. 모둠해산물도 참 푸짐했다, 또 전복이 있었고 문어, 멍게, 개불, 딱새우까지 내어 주셨다.

생선회는 정말 쫄깃쫄깃하면서 너무 부드러웠다. 전복물회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예술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제대로 된 찐 맛집을 만나 너무 행복했다.

함께 나온 해산물도 싱싱하니 단짝 지근한 맛이 나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이 좋았다. 진짜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멸치볶음, 달달한 나물들, 맛난 김치! 그중에서도 조개가 들어간 미역국은 진국이라서 참 인상적이었다.

사장님께서 내가 앉은 테이블을 보시면서 말했다. “너무 맛있죠? 오늘 회가 싱싱하니 좋습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회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어요. 이 맛보려고 사람들이 그렇게 오나 봐요.” 그러자 사장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통영은요, 바다가 다 해줘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마음에 적어두었다.

카페녁

밥을 먹고 나니 커피가 생각났다.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녁’. “건물이 돌아간다고?” 솔직히 처음엔 믿음이 안 갔다. 그런데 정말 돌아갔다.

내가 앉은자리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창밖의 바다 풍경이 회전하면서 천천히 하늘이, 구름이 바뀌었다. 하와이 여행을 갔을 때 레스토랑이 돌아가던 기억이 스쳤다. 그때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곳에서도 그 느린 회전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

바닐라빈 라테를 주문했다. 커피 위에 살짝 얹힌 크림이 햇빛에 반짝거렸고, 달달한 향이 퍼졌다. 입안에 머금으니 부드러운 우유맛이 느껴졌다. 커피 한 모금, 회전하는 카페, 그 느릿한 회전에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졌다.

가방에 있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경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다시 펜을 내려놓고, 찬찬히 돌아가는 카페에 내 몸을 맡겼다.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기분은 하늘로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

카페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해가 조금씩 기울며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물결이 반짝거렸고, 갈매기들이 낮게 울었다. 그 순간, 아무 이유 없이 코끝이 시큰했다.

통영은 그런 도시였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마음 한구석을 만져주는 곳.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된다. 나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곳이었다.

버스 창문 너머로 바다가 점점 멀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속 바다는 더 커졌다. 그 물결이 아직도 가슴속 어딘가에 출렁거린다. 다음엔 꼭 누군가와 함께 와야지. 오늘 이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게.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서도 바다 냄새가 옷깃에 남아 있었다. 씻고 누워도 코끝에 짠 향이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통영을 사랑하는구나.”

누군가에게 통영은 단지 여행지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숨통’ 같은 곳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살짝만 열어도 바람이 들어와서 “괜찮아, 너 지금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해주는 듯한 도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햇살은 부드럽고, 어제의 바람은 여전히 머리맡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 오늘도 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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