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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영 여행기 2편: 국제음악당, 남경횟집, 충무김밥 & 꿀빵

by 크리m포켓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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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아침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파도 소리만 부드럽게 들려왔다.
숙소 창문을 열자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그 냄새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졌다.
어제보다 맑은 하늘을 보며, “오늘은 제대로 통영을 걸어봐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모습

국제음악당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함 이곳은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님’과 그의 음악을 기리는 의미로 음악당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2015년 통영시가 유네스코 음악도시로 선정되면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단다.

음악당 근처에서는 통영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해안산책길도 예쁘고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오는 경험은 늘 새롭다.

음악당 앞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무언가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음악당은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다. 건물은 고급스러우면서 모던한 디자인으로 클래식한 무드를 좋아하면 맘에 쏙 들 것 같았다.
음악당의 내부는 조용하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느낌마저 들었다. 간단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예쁜 공간도 마련되어서 틈틈이 쉬어 가기 좋아 보였다. 이 공간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힐링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아 보였다.

시간이 흐르는데도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이 도시의 속도는 느리지만, 그게 참 좋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유리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빛이 출렁이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건 바다가 아니라, 이렇게 바다를 담고 있는 공기와 음악의 온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남경횟집 

점심쯤 되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통영 사는 지인이 “남경횟집은 꼭 가봐야 해”라며 추천했는데,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엄청 커다란 전복껍데기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에서 제일 좋은 창가자리에 앉았다. 밑반찬들이 세팅되고, 오늘은 자연산 감성돔이 좋다고 하여 바로 주문했다.

첫 번째 상차림으로 해산물들이 먼저 나왔다. 그중에 학꽁치 회를 조금 내어주셨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그리고 나온 감성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 오늘부터 나는 감성돔만 먹겠다고 다짐했다. 쌈을 싸 먹어도 그냥 먹어도 감동적인 맛이었다. 초밥도 따로 나오고, 생선구이도 챙겨주셨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니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웠다.

마지막 마무리는 시원 칼칼한 매운탕이었다. 배는 많이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어냈다. 통영에 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생겼다.

충무김밥 & 꿀빵 

배가 아무리 불러도 통영에 왔는데.. 충무김밥은 꼭 맛보아야 한다. 이순신 광장 근처에 자리 잡은 뚱보할머니김밥집으로 갔다. 오래된 간판, 좁은 식탁, 손님들로 가게 안은 붐비고 있었다. 이런 모습 하나하나 너무 정겹게 느껴졌다.

김밥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밥의 따뜻함과 동시에 김의 향긋함이 느껴졌다. 오징어무침은 빨간 양념이 잘 배어서 맵지만 달큼하니 참 맛있었다. 무김치는 아삭아삭 상큼하고 시원해서 김밥이랑 궁합이 좋았다. 역시 현지에서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 몇 줄을 포장해서 바다 근처 벤치로 나왔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입씩 베어 무는 그 시간, 세상에 더 바랄 게 없었다. 단순한 음식인데 왜 이렇게 위로가 될까. 아마도, 그 안에 통영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일 것이다.

 

통영의 마지막 코스는 역시 꿀빵이었다. 꿀단지 가게 안은 꿀빵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이미 달콤한 향기로 가득했다. 갓 튀긴 빵에 꿀을 듬뿍 묻히고, 깨를 솔솔 뿌려 주셨다. 벌써부터 고민이 되었다. 팥앙금을 먹을까? 고구마를 먹을까? 둘 다 맛있을 것 같았다.

참을 수가 없어서 모둠꿀빵을 사서 한입 먹었더니.. 겉은 달달 촉촉, 속은 앙금으로 폭식했다. 꿀이 막 흘러내릴 정도로 많아서 손에 막 달라붙었지만, 그것조차 참 좋았다.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는 늘 행복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빵 냄새가 가방 안에 은근히 퍼져 있었다. 그 향이 계속 나를 따라왔다. 마치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웃었다.

다시, 통영

밤이 되자 창밖에서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렸다. 낮에 갔던 음악당의 불빛이 멀리서 반짝였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건, 어쩌면 이런 순간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추천이나 사진이 아니라, 내가 직접 걸었던 그 길과 냄새, 온도… 그게 진짜 ‘내 여행’의 기록이니까.

통영은 그런 곳이었다. 꾸밈없고, 조용하고, 하지만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 도시. 다시 바다 냄새가 그리워질 때쯤, 나는 또다시 이 도시를 찾아올 것 같다.

오늘의 통영은, 잠시 머무르기엔 너무 따뜻한 도시였다.
바람, 음악, 사람,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내 안에 남았다.
떠나오며 느꼈다.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여행의 완성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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