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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과학이야기

명왕성이 왜 ‘행성’에서 제외됐을까? — 태양계 막내에게 붙었던 아홉 번째라는 이름표 이야기

by 크리m포켓 202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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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 사이에 작은 점들이 보입니다.
그중 우리가 사는 태양계 끝자락 어딘가에는, 한때 ‘아홉 번째 행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작은 세계가 천천히 태양을 돌고 있습니다. 바로 명왕성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태양계 행성을 외울 때 자연스럽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주문처럼 외웠습니다.
그 속에는 늘 명왕성이 포함되어 있었죠. 하지만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듣게 됩니다.

“명왕성, 더 이상 행성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고, 어린이들은 헷갈려했습니다.
“명왕성이 갑자기 작아진 거야?”, “왜 행성에서 잘린 거야?”

사실 명왕성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뀐 건 오직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기준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왕성이 왜 행성에서 제외되었는지, 그 과정이 어떤 이야기의 흐름을 거쳐 왔는지를 아주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고 풀어 가보려 합니다.


🌙 1. “당연히 행성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1930년, 미국의 한 천문대에서 밤하늘을 관측하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는 별들과 달리 조금씩 위치를 바꾸는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합니다. 별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데, 그 희미한 점만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직감했습니다. “저건 별이 아니라 태양을 도는 천체다.”

당시에는 행성의 정확한 정의가 없었습니다. 태양을 돌고 있고, 둥글고, 어느 정도 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행성이라 불렀습니다. 명왕성은 이 기준에 완벽히 들어맞았고, 세상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을 찾았다는 소식에 환호했습니다.

명왕성은 교과서와 그림책 속에서 늘 태양계 막내로 그려졌고, 그 누구도 그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작아도 행성은 행성이니까.”, “멀리 있는 막내일 뿐이야.”

이렇게 명왕성은 수십 년간 당당한 행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왜소 행성으로 분류 변경 된 명왕성 모습
ⓒVOLLEX, 출처 Pixabay


🔭 2. “망원경이 보여준 진짜 풍경”

시간이 지나면서 관측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아졌고, 태양계 끝까지 새로운 세계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마주합니다. 명왕성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명왕성이 있는 곳은 텅 빈 우주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얼음 천체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영역, 카이퍼 벨트였습니다.

그 주변에는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이 수백 개 이상 떠다녔습니다.

그리고 명왕성과 거의 같거나 더 큰 천체들이 계속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리스입니다. 에리스 또한 태양을 돌고 있었고, 크기 역시 명왕성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이 순간, 과학자들은 심각한 질문에 부딪혔습니다. “에리스도 행성이라면,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천체도 전부 행성인가?”

만약 그렇게 되면 태양계 행성의 개수는 9개가 아니라 20개, 혹은 끝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 3. “행성 기준과 명왕성의 새로운 자리”

2006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모여 명확한 기준을 세웁니다.

행성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① 태양을 돌 것
② 스스로 둥글어질 만큼 클 것
③ 자신의 궤도를 정리할 수 있을 것

 

명왕성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충분히 만족했지만, 세 번째 조건에서 탈락했습니다.

‘궤도를 정리한다’는 것은 놀이터에서 가장 힘센 아이가 놀이기구를 차지해 버리고 주변을 장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구와 목성과 같은 큰 행성들은 주변 소행성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면서 자기 길을 깨끗이 정리합니다.

하지만 명왕성은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주변 천체들과 섞여 떠다니며 자기 영역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명왕성은 행성에서 ‘왜소 행성’으로 분류 변경 됩니다.


🌌 마무리 — 이름은 바뀌어도, 세계는 그대로

명왕성은 쫓겨난 것도, 작아진 것도 아닙니다. 단지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붙였던 이름표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2015년 NASA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보내온 사진 속 명왕성에는 얼음 평원, 산맥, 이동 흔적까지 생생히 담겨 있었습니다. 명왕성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세계였습니다.

행성이라는 이름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 존재 가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바꾼 것은 명왕성이 아니라,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기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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