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미국 괌 여행기: 돌핀크루즈, 에메랄드 밸리, 비취인 쉬림프

by 크리m포켓 2025. 10. 1.
반응형

사실 말하자면 이번 괌 여행은 ‘딱 계획해서 간’ 여행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계획은 있었지만 엉성했고, 세부는 없었고, 마음만 앞선 그런 여행이었다. 그게 오히려 좋았던 면이 있다.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친구가 “주말에 괌 어때?”라고 했고, 나는 “그래, 가자”라고 했다. 끝. (끝은 아니었지만, 요약하면 그렇다.)

공항에서부터 약간 들뜬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 밑으로 보이는 바다, “우와~ 바다다”감탄이 먼저 나왔다. 비행기에서 잠깐 졸았는데도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

여기는 정말 공기부터 달랐다. 습하지만 바다 냄새가 섞여 있고, 시야가 뻥 뚫린 느낌.

처음 든 생각이 “여기선 뭐든 천천히 해도 되겠네”였다. 정말, 그게 이번 여행의 키워드였다. 천천히, 천천히.

목차

  •  돌핀크루즈
  •  에메랄드 밸리
  •  비취인 쉬림프
  •  여행을 마무리하며

괌 비취인 쉬림프에서 맥주 한잔

돌핀크루즈

항구에 도착해 보니 아침 바람이 차갑게 얼굴을 스친다 — 차갑다기보다 상쾌하달까.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배에 올랐다.

배가 출발하자 파도 소리, 엔진 소리, 사람들 웅성거림이 뒤섞였다. 그러다 갑자기, 돌고래 떼가 나타났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두 마리가 연달아 튀어 오르고, 금세 더 많은 돌고래가 우리 주변을 돌았다. 정말 말문이 막혔다. 이상하게 손이 떨렸고, 카메라를 들기는 했지만 자꾸 눈으로만 보게 되었다.

사진으로 남긴 건 몇 장뿐이고, 대부분은 머릿속에 저장했다. 그게 더 좋았다. 돌고래가 점프할 때 나는 소리를 질렀나, 박수를 쳤나,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순간만큼은 어쩔 수 없이 순수해졌다.

바다가 에메랄드빛이라는 표현, 그 말이 딱 맞았다. 햇빛에 부서지는 물빛이 눈부셨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같은 질문은 사라지고 그냥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충족감. 이제 이 기억은 오래갈 거라는 예감.

에메랄드 밸리

이름부터 설레지만, 실제로 가보니 더했다.

숲길을 걸어 들어가자 공기가 확 달라졌다. 바다의 짭짤함 대신 풀이랑 흙냄새.

발밑에 깔린 흙이 약간 축축했고, 걷는 소리가 바삭거리기도 하고 묵직하기도 했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여기저기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널려 있지만, 나는 계속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지만, 나는 그 풍경을 머릿속에 넣고 싶었다. 조금 뻔한 말이지만, 진짜 그랬다.

작은 폭포가 나타났고, 물빛은 말 그대로 에메랄드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물방울이 튀어 얼굴에 닿는다.

그 순간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 ‘아, 살아있구나’ 같은, 그런 단순한 깨달음.

옆에 있던 친구가 “여기선 시간 흐름이 달라”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시계 보는 일이 잊혔다.

한참을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숲은 말을 걸어오지만, 그 말은 조용했다.

이곳은 휴식이었다. 어떤 강렬한 감동보다도 조용한 안정.

비취인 쉬림프

이름이 재밌다. 비취인. (사실 발음하면 조금은 어색하지만)

작고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니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그 뷰만으로도 이미 절반 성공.

쉬림프 요리는 금세 나왔다. 새우가 큼직하고 윤기가 흐른다. 마늘과 버터 향이 코를 찔렀다. 한 점 입에 넣자 바로 육즙과 향이 확 퍼졌다. 솔직히 말하면, 평소에 음식에 그리 감동 잘 안 받는데 이건 달랐다.

바닷가 소리와 함께 먹으니 맛이 두 배가 된다. 단순한 현상인데, 누구나 공감할 거다.

친구와 말없이 먹기만 했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냥 먹는 것만으로 충분한 대화가 됐다.

된장 같은 사이드가 있던가.. 기억이 흐릿하지만 중요한 건 새우였다. 새우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나중에는 잔소리하듯이 “다음엔 다른 소스도 찍어보자” 같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여행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여 정리했다.

짧았지만 강렬했고, 여유로웠다. 계획이 없었던 게 오히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불확실함 속에서 확실한 감각들을 충분히 얻었다.

돌고래의 몸짓, 숲의 냄새와 새우의 향. 각각 따로 놀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한 줄로 이어졌다.

여행은 기록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진보다 기억이 더 선명한 날들이 있다. 이번여행이 그랬다.

누군가 물으면 “괌 어때?” 하고 망설임 없이 말할 것이다. “바다도 좋고, 숲도 좋고, 음식도 좋다. 그리고 그냥 쉬기 좋다.”

다음에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 — 텐트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밤하늘도 보고 싶다. 괌은 다시 가볼 이유를 준다.

이 글은 장황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쓸 말이 더 많다. 그런데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떠나자. 떠나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자. 사진은 나중에 찍어도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