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가면 키가 커진다”는 이야기는 과학 다큐멘터리나 뉴스, 혹은 우주 비행사 인터뷰를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얼핏 들으면 영화 속 설정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말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변화다. 이 글에서는 우주라는 특수한 환경, 특히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가 인간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척추가 늘어나 키가 커지는 이유부터, 그 변화가 왜 일시적인지, 그리고 장기간 우주 체류가 인간의 건강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까지 함께 다룬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이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다.
중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다
우리는 평생 중력 속에서 살아간다. 너무나 익숙한 힘이기 때문에, 중력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중력은 단순히 물건을 떨어뜨리는 힘이 아니라, 인간의 몸 형태 자체를 만들어 온 중요한 요소다. 뼈의 밀도, 근육의 발달, 척추의 구조 모두 중력을 기준으로 진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의 키는 미세하게 변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가장 키가 크고, 저녁이 되면 조금 작아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낮 동안 중력이 척추를 계속 아래로 누르기 때문이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는 스펀지처럼 압력을 받으며 눌렸다가, 밤에 누워 쉬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이 변화는 몇 밀리미터 수준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이제 이 중력이 거의 사라진 공간을 상상해 보자.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몸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 거의 없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딛고 서는 감각도 사라지고, 몸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의 몸은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키’다.

우주에서 키가 커지는 이유는 성장 때문이 아니다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에 머무는 동안 키가 커진다는 것은 실제 관측된 사실이다. 체류 기간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2~5cm 정도 키가 커졌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을 두고 “우주에 가면 키가 자란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여기에는 성장판이나 뼈의 길이가 늘어나는 과정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핵심은 척추다. 사람의 척추는 여러 개의 척추뼈와 그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다. 이 디스크는 충격을 흡수하고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이 디스크가 항상 눌린 상태로 유지된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압박이 사라지면서, 디스크가 자연스럽게 팽창한다. 그 결과 척추 전체 길이가 늘어나고, 키가 커지는 것이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우주에 도착한 지 며칠 만에 키 변화가 측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따라온다. 갑자기 늘어난 척추 길이 때문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우주 비행사도 많다. 지구에서는 척추를 지탱하던 근육과 인대가 우주에서는 충분히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들은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 자전거, 저항 운동 기구 등을 이용해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는 것이다.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척추와 전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중요한 점은 이 키 증가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구로 귀환하면 다시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되고, 늘어났던 디스크는 다시 눌리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며칠에서 몇 주 안에 키는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즉, 우주에서 오래 산다고 해서 계속 키가 커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만약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예를 들어 수년 혹은 평생을 우주에서 산다면 어떻게 될까? 이 부분은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키 변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장기간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는 뼈의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과 비슷한 상태가 되고, 근육은 빠르게 약해진다. 키가 조금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뜻이다.
키보다 중요한 질문은 ‘몸이 버틸 수 있는가’다
우주에서 오래 살면 키가 커질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성장이나 발달이 아니라, 중력이 사라지면서 척추가 잠시 풀리는 현상이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오면 대부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키가 커진다는 결과만 보고 우주 생활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중력 없는 환경은 겉보기에는 자유롭고 편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중력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이다. 그 균형이 깨지면 뼈, 근육, 심지어 혈액 순환과 시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우주 비행사 중에는 지구 귀환 후 한동안 어지럼증이나 균형 감각 이상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 주제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류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앞으로 달이나 화성에 장기 체류 기지를 만들게 된다면, 인간의 몸이 그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 중력, 맞춤형 운동 시스템, 뼈와 근육을 보호하는 장치들이 연구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우주에서 키가 커질까?”라는 질문은 “인간은 우주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키가 몇 센티미터 늘어나는 현상은 그 변화의 아주 작은 단면일 뿐이다. 우주에서 오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키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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