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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부모의 시선

공부 포기시키는 말 (사춘기 대화법, 감정 수용, 예방적 훈육)

by 크리m포켓 2026.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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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수로는 힘들어."
이 한마디가 아이의 성적표보다 더 무서운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그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이었는데, 아이는 그날 이후 성적표를 스스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가방 깊숙이 숨겨뒀다가 제가 물어보면 그제야 마지못해 꺼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성적을 걱정했지만, 아이는 제 실망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요.

사춘기, 웃음이 사라진 식탁

학년이 올라가면서 저희 집 저녁 식탁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오늘 뭐 재밌는 일 있었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숙제 다 했어?" "문제집 어디까지 풀었어?"만 남았습니다. 아이는 점점 짧게 대답했고, 저는 그 태도가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제가 먼저 관계를 점검 모드로 바꿔버린 셈이었습니다.

사춘기 무렵부터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함께 웃던 시간이 줄고, 공부 이야기만 남았습니다.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라고 말했을 때, 저는 거의 자동으로 반응했습니다. "다 싫다고 하면 뭐가 되니? 다들 하는데 너만 힘들어?" 그 말은 비교였고, 압박이었고, 아이의 감정을 무시한 말이었습니다. 그날 밤 아이가 방문을 닫고 한참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작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말을 하면 바로 설득하지 않고, 한 번은 그대로 받아주기. "그래, 오늘은 좀 힘들었구나." 처음엔 어색했지만, 아이가 덧붙였습니다. "수학에서 자꾸 틀려서."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 못 듣던 진짜 이유였습니다. 아이는 게으른 게 아니라,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던 겁니다.

화가 났을 때 대화하지 않기

제가 가장 크게 바꾼 건 화가 났을 때의 반응이었습니다. 예전엔 감정이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훈계부터 했습니다. "너는 왜 이렇게 게을러?" 같은 말이 튀어나왔죠. 지금은 잠깐 자리를 벗어납니다. 설거지를 하거나 물을 마십니다. 그리고 스스로 묻습니다. "지금 화난 이유가 정말 아이 때문일까?"

솔직히 말하면, 절반은 제 피로였습니다.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 아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 문장으로 튀어나왔던 겁니다. 화가 났을 때는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는 게 첫 번째였습니다. 힘센 사람이 화를 내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감정 분출일 뿐이니까요.

"엄마가 지금 좀 화가 나서 말을 하면 너한테 상처 줄 것 같으니까,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이 한 문장을 먼저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 "요즘 네가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은데,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공감보다 명확한 지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지금 너 힘들지? 그래도 해야 돼." 이렇게 시간만 가고 행동은 안 되는 것보다, "1. 손 씻기 2. 간식 먹기 3. 숙제하기" 이렇게 순서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나았습니다. 예방적 대화를 전날 밤에 미리 나누면, 아침 상황의 성공률이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공부 방식의 고정관념 깨기

초등 저학년 때 일입니다. 문제집이 잘 안 풀리면 아이 표정이 굳었는데, 그때마다 "왜 이렇게 느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문제집을 덮고 수학 보드게임을 꺼냈습니다. 아이는 웃으면서 숫자를 굴렸습니다. 그날은 단 한 번도 "싫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문제집으로 푸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30분 문제집 푸는 것보다 한 시간 보드게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싫어한 건 수학이 아니라, 실패하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집은 나중에 확인하는 정도로만 썼습니다. 한 달 전에 80점 나왔던 게 95점으로 올랐을 때, 아이가 스스로 뿌듯해했습니다.

3학년쯤 되자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때부터는 공부량을 아이가 정하게 했습니다. "오늘 몇 장 하고 싶니? 네가 하고 싶은 만큼 한 장만 해도 돼." 이렇게 기분 좋게 허락했고, 아이가 한 장을 끝내면 칭찬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너무 짧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요.

그 마음이 쌓이자 다음 날 아이가 스스로 말했습니다. "오늘은 두 장 할래." 억지로 밀어붙인 공부는 잠깐의 성과는 낼 수 있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면 스스로 정한 목표는 속도는 느려도 지속력이 있었습니다. 아이와 웃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자, 공부 이야기도 덜 날카로워졌습니다.

아이와 웃는 시간이 늘어나자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예전만큼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관계가 덜 긴장되니, 아이도 공부를 덜 무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아이를 공부하게 만들려고 애썼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 마음을 놓칠 뻔했습니다. 공부는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관계는 금이 가면 오래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공부를 포기하게 만드는 건 실력이 아니라, "나는 안 될 거야"라는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키우는 것도, 줄이는 것도 결국 부모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걸, 저는 조금 늦게 배웠습니다.


참고: https://youtu.be/xzgJcUtfM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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