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등 부모의 시선

아이와 여행 (초등시기, 경험학습, 자기주도성)

by 크리m포켓 2026. 2. 5.
반응형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에게 어떤 경험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초등학교 시기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감각적·사회적 경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민감기입니다. 이 시기에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아이 성장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교실과 집, 학원으로 제한되기 쉬운 아이의 세계를 확장하고, 경험 기반 학습을 통해 전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초등시기 여행이 필요한 이유

초등학생 시기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고, 엄마 아빠가 제안하는 가족 여행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심지어 제주도 삼박사일 여행을 제안하면 "입시 공부도 해야 되고 학원 공부해야 되니까 엄마 아빠가 동생이랑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며 집에 남아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 전문가들은 중학생 이후에는 부모가 하라고 하는 모든 것이 역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너희 반 지혜란 애가 공부도 잘하고 착하다던데 지혜랑 친하게 지내"라고 하면, 그 순간부터 아이 눈에 지혜가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는 초등학생 기간이며, 이때 여행을 통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학생이 된 딸과 5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 아버지의 사례를 보면,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한 것은 유럽 여행 자체가 아니라 대학생 딸이 아빠와 둘이서 여행을 다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딸이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와 함께 라오스, 네팔,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초등 시기에 형성된 여행의 즐거움과 신뢰감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 것입니다. 낯선 풍경,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을 마주하는 경험은 단순 지식 학습보다 훨씬 강렬한 인지·정서·사회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으면 더 건강하고 똑똑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간접 경험으로는 독서가 좋고, 직접 경험으로는 여행이 최고입니다. 살면서 고난과 시련이 올 때마다 여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은 즐거운 추억뿐만 아니라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경험학습으로서의 여행 설계

여행은 경험 기반 학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경험 기반 학습이란 문제 상황 → 탐색 → 선택 → 실행 → 반성의 과정을 포함하는데, 이는 학교 교과나 학원 수업에서는 쉽게 반복되지 않는 경험입니다. 박물관, 자연 체험 공간, 지역 축제, 과학관, 공방 등 교실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감각적·문화적 자극을 주는 장소들이 아이의 호기심을 넓히고 자신만의 상상력과 비판적 판단력을 키워줍니다. 재작년에 냐짱에 갔을 때 오션뷰 카페에서 목격한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수학 교재와 문제집을 높이 쌓아놓고 공부하고 있었고, 엄마는 옆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어디까지 했는지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여행 갈 때 교재나 문제집을 가져가는 것은 여행의 본질을 해치는 행동입니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며, 늘 먹는 밥 안 먹고도 살 수 있고, 늘 하는 일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입니다. 여행에서는 부모가 회사 업무를 가져가지 않듯이, 아이에게도 숙제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아이에게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보드게임 같은 것을 챙겨가서 아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루미큐브 같은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가 부모를 이길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아이에게 엄청난 효능감을 줍니다. "내가 머리를 써서 아빠를 게임에서 이기고 있어"라는 생각은 아이를 성장시킵니다. 여행 코스를 짤 때는 AI 검색을 활용해 두세 시간 내 걸어서 볼 수 있는 곳을 선정하고, 오전 반나절 정도만 활동한 후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쉬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의 체력은 어른보다 약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금방 지칩니다. 점심 먹고 쉬면서 스마트폰으로 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조금 쉬었다가 다시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깁니다.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여행의 비결

아이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여행을 주도적으로 즐기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튜빙을 예약해 놨는데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오늘 피곤해, 호텔 방에서 좀 쉴래"라고 했을 때, 그 선택을 인정해 주고 혼자 가서 놀다 온 경험이 있습니다. 아빠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믿음을 줘야 아이가 다음 여행에도 기꺼이 함께 가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튜빙 안 하는 게 말이 돼?"라고 강요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여행 가자는 제안을 거부하게 됩니다. 대학생 딸과 5주간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숙소에서는 같이 지내고 아침 조식도 함께 했지만, 낮 동안은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러 다녔습니다. 딸이 늦잠을 자서 아침을 안 나와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다녔고, 저녁에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여행의 경비는 대되 시간은 뺏지 않는다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시간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아이가 여행을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주도하는 여행과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여행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부모 주도 여행은 계획과 일정이 철저하고 안정적이지만, 아이는 주어진 일정에 맞춰 따라가는 역할에 머물기 쉽습니다. 반면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여행은 오늘 무엇을 볼지, 무슨 질문을 할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같은 결정을 아이가 하도록 이끕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장소를 보는 것 이상으로 자기 주도적 사고능력, 문제 해결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자극합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라면 애니메이션 캐릭터 쇼나 테마파크 같은 곳에 가는 선택을 존중해 주고, 무기력하거나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이라면 부모가 추천을 해줘도 좋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3대가 같이 가는 여행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서로 식성이 다르고 취향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테마를 딱 정하고 주인공을 정해서, 할아버지 칠순 기념 여행이면 할아버지 취향에 맞추고,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면 아이들 취향에 맞춰야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몇백만 원 들여서 갔다 왔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라고 화내지 말고,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여행의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강도 높은 자극을 쫓기보다는 일상에서 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최고의 여행지라고 여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강 자전거 여행처럼 돈 한 푼 안 들이고 자주 즐길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행복을 줍니다. 뉴욕은 코로나 같은 게 터지면 못 가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강은 언제든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살면서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낙산공원, 남산, 보라매공원 같은 곳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즐기고, 뚝섬유원지 수영장이나 눈썰매장, 다산성곽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문학관, 아차산숲 속도서관 같은 곳에서 아이와 주말 나들이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여행입니다.

 

 

초등 시기 여행 경험의 핵심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성하고 적용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경험 → 반성 → 적용의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경험이 단순한 기억이 아닌 성장의 자산이 됩니다. 물론 경제적·시간적 제약, 가족 구조 등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여행을 학습과 성장의 맥락적 경험으로 설계한다는 관점은 교육 현실에서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여행은 아이의 세계를 넓히는 출발점이며, 부모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아이에게 맡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 '졸업하면 늦습니다학원 빼고서라도 지금 꼭 가야 할 의외의 장소 / 채널명: https://youtu.be/dGhEgASn0nk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