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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양 여행기: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삼대광양불고기집

by 크리m포켓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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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여행은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 계획도 없었다. 그냥 마음이 답답하고, 일상이 늘 반복되는 것 같아서 어디든 가고 싶었다. 멀리 갈 자신은 없고, 가까운 곳을 찾다가 문득 “광양”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봄이니까 매화가 예쁘다는 말, 전에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억 하나 붙잡고 차에 올라탔다.
출발할 땐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내 마음도 차분해졌다. 어쩌면 나는 그저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아름다웠던 매화꽃

매화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람이 달랐다. 꽃향기라고 말하기엔 너무 은은하고,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코끝에 스치는 기운이 있었다.
길가에 핀 매화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수수했다. 하얀 매화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사이 붉은 홍매화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조화가 참 예뻤다. 한옥 지붕 위에도 꽃잎이 흩어져 있었는데, 햇살이 반짝여서 마치 오래된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몇 장 찍었지만, 곧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찍는 순간에는 뭔가를 담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눈으로 본 그 느낌은 도저히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게 더 좋았다.
옆에서는 아이들이 꽃잎을 모아 손에 담고, 하늘로 훅 던졌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나도 괜히 웃음이 났다. 순간적으로 "아,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매실농원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청매실농원. 사실 농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솔직히 지루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발을 디디자 전혀 달랐다. 끝없이 펼쳐진 매실나무들,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단순한 풍경인데도 묘하게 마음을 잡아당겼다.
한쪽 카페에 앉아 매실차를 시켰다. 따뜻한 잔에서 은은히 올라오는 향이 코끝을 스쳤다.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와…” 하고 소리가 났다. 사실 단순한 차일뿐인데, 그 안에 계절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테라스에 앉아 있으니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사람들이 사진 찍으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은 시끄럽다고 느낄 법한데, 이곳에서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저 풍경의 일부 같았다. 나도 몇 장 사진을 찍었지만, 금방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저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더 좋았다.

삼대광양불고기집

광양까지 와서 제일 유명한 광양불고기를 안 먹으면 여행이 아니다. 그래서 제일 유명하다는 삼대광양불고기집을 찾아갔다. 들어가자마자 숯불 향이 그득 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안에서는 모두가 고기를 굽으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내 앞에도 불판이 놓였다. 얇게 썬 고기를 올리자마자 ‘치익’ 하는 소리가 났다. 언제 들어도 맛있는 고기 굽는 소리이다. 숯불 냄새가 금세 스며들었다.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자, 간장 양념의 달큼한 맛과 고기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상추에 싸서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입안이 정말 꽉 찼다.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아버지가 고기를 굽고 어머니가 쌈을 싸주고,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풍경이 괜히 따뜻하게 다가왔다. 좋은 음식이 가진 힘이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길

사실 광양은 내게 익숙한 곳은 아니다. 그저 매화꽃 보기 위해서 한 번도 안 가본 광양에 오게 된 것이다. 매화마을의 흐드러지게 핀 꽃잎, 청매실농원의 매실나무들,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모습뿐이었다. 그런데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신비로움이 내 마음에 남았다.
여행은 기록보다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명소를 돌았는지가 아니라,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마음에 남는 것 같다. 광양에서의 하루는 그래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아마도 비슷한 풍경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매화는 또 피고 지고, 불판 위에서는 여전히 고기가 익어갈 테고.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낄 거다. 아마 그게 내가 여행을 계속 떠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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