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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산 여행기 4편: 광안리해수욕장, 마담에뽀끄, 민락더마켓

by 크리m포켓 202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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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언제 와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도시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내가 서 있는 마음의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이번 여행은 조금은 나른하고, 조금은 설레고, 또 많이 따뜻했다. 요즘 핫하다는 광안리에 가서 광안대교를 품은 바다를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화려한 불빛의 저녁 바닷가는 또 다른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하루가 아직도 내 마음속에 파도처럼 남아 있다.

목차

  • 광안리해수욕장
  • 마담에뽀끄
  • 민락더마켓
  • 오늘의 부산, 오늘의 나

광안대교를 품은 광안리해수욕장 풍경

광안리해수욕장

아침부터 부산의 바다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공기 속의 짭조름함. 이 도시는 공기마저도 바다 냄새로 물들어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에 다다르자, 파도는 오늘도 쉼 없이 모래를 적시고 있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모래 위에 발을 묻었다. 아직 햇볕이 강하지 않은 시간이라 모래는 시원하게 식어 있었다.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웃었고, 연인들은 손을 맞잡은 채 바닷가를 걸었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섞여 잠시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는 여전히 멋졌다. 낮의 다리는 차갑고 단단한 느낌이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그 모습은 은근히 따스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파도 소리가 쿵 하고 가슴을 두드릴 때, 그 안에 있던 작은 걱정들이 조금씩 부서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아주 오래전 여름방학 때 이곳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뛰어놀던 기억이 스쳤다. 여전히 같은 자리인데, 나는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바다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마담에뽀끄

점심에는 부산 친구가 추천해 준 마담에뽀끄였다. 유럽의 예쁜 골목 어딘가에 작은 식당을 생각나게 했다. 입구부터 예뻤던 이곳은 처음부터 합격인 듯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광안리 바닷가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격도 넓어서 친구들과 대화하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부산 속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날 줄이야, 추전 해준 친구에서 너무 고마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우리는 제일 인기메뉴인 크림파스타와 라자냐,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사실 파스타는 흔히 먹는 음식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먹는 파스타는 면발이 적당히 쫄깃했고, 고기는 너무 부드러워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오늘 하루, 네가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라자냐는 따끈하게 치즈가 늘어지며 등장했다. 칼을 대자 ‘슥’ 하고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그 소리에 벌써 마음이 녹아버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풍미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포근한 대화 같았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큰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 묘한 편안함이 있었다. 한입 크림파스타를 먹을 때마다, 나는 부산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이런 고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식탁 위에 있던 따뜻한 빵 조각 하나조차도 작은 위로처럼 다가왔다.

민락더마켓

우리는 해가 질 무렵에 민락더마켓을 가보기로 했다. 통창유리로는 광안리 바닷가와 광안대교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MZ들이 많이 찾는다는 수변공원도 같이 볼 수 있었다. 몸이 들썩 들썩이는 노랫소리와, 맛있는 다양한 메뉴들과 달콤한 디저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각적인 조형물 포토존이 가득해서 사진 찍기에도 너무 좋았다.

오늘은 특별히 버스킹도 있는 날이라 공연까지 볼 수 있어서 여길 잘 찾아온 것 같았다.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간식거리들도 다양해서 음식을 포장하는 사람들,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우리는 작은 자리를 잡고 타코와 맥주를 시켰다. 타코는 간신히 먹기 좋게 플레이팅 되어 있어서 잘 산 것 같았다. 맥주잔을 부딪히며 “오늘 진짜 좋다”라고 말하던 친구의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오늘 하루의 피로를 싹 잊게 해 주었다.

하나둘씩 조명이 켜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광안대교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낮의 모습과는 전혀 풍경이 펼쳐졌다. 형형색색 불빛이 켜지고, 바다 위로 길게 늘어지는 빛의 자취가 물결에 따라 흔들렸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지만, 나는 굳이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그냥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싶었다.

바다 위를 스치는 밤바람은 낮보다 선선했고,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가득 채울 수 있었다는 게 고맙고, 또 언젠가 이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오늘의 부산

광안리의 파도, 스테이크 크림 파스타, 광안대교의 화려한 불빛. 세 가지가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내 하루 속에서 하나의 줄로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살아있음’이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순간, 음식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 그리고 불빛이 흔들리며 내 마음을 비추던 그 밤.

여행은 늘 거창한 이벤트가 필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소소한 장면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오늘의 부산은 나에게 그런 선물을 안겨줬다. 언젠가 다시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오늘의 공기와 빛, 오늘의 웃음을 떠올리며 또다시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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