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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산 여행기 6편: 이기대공원, 겐츠 베이커리, 가원밥상

by 크리m포켓 202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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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에서 바다 냄새가 스며들었다.
부산에 오면 언제나 이런 느낌이다. 아직은 하루가 시작되기 전인데, 마음이 이미 조금 설렌다.
전날의 피로는 아직 남아 있지만, 오늘 하루는 좀 다를 것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해운대바닷가도 볼 수 있는 이기대공원

이기대공원

이기대공원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다.
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에 달라붙었지만, 이상하게 그게 기분 좋았다.
‘아, 내가 지금 바다 곁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산책로에 들어서자 발밑은 모래와 자갈이 섞인 길이었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 덕에 걸음마다 바다가 더 가까이 느껴졌다.
파도 소리가 점점 커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 바람에 섞인 사람들의 웃음소리, 물방울 튀는 소리까지.
모든 게 뒤섞여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갔다.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데, 바닷바람이 내 마음 구석까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에는 왜인지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그냥 바람과 파도,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게 전부였다.
걷다 보니 작은 등대가 나타났다. 그 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햇살이 물결 위에서 반짝였다.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시간 감각이 사라졌다.
마치 바다가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겐츠 베이커리

산책을 마치고 나니 빵순이는 또 빵 생각이 났다.
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유명한 빵 맛집이 또 있었다. 그리고 본점이라서 더 믿음이 갔다.
가기 전부터 빵이 또 얼마나 맛있을까? 그대가 넘쳤다.
가게 안에는 버터와 빵 굽는 냄새가 그득했다.
어떤 빵이 맛있을까? 어떤 빵을 좀 골라볼까? 찬찬히 매장을 둘러보았다.
빵집은 뭔가 따뜻한 기운이 있다. 나무 테이블, 조용한 음악, 은은한 조명까지 모든 게 좋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빵을 고르고 있는데, 밖의 바람과 안의 온도가 묘하게 대비됐다.
나는 시그니처 메뉴 몇 개를 주문했다. 제일 인기 많은 밤페스츄리, 쌀 야채빵, 치킨시저 치아바타, 올리브 푸가스,

거기에 아메리카노 한 잔.
밤페스츄리는 먹자마자 버터향이 퍼지면서 너무 부드러웠다.
퀸마망은 젤 맛있었는데… 먹으면서도 ‘이건 위험하다’ 느낀 빵이다. 다음에 꼭 또 사 먹어야 하는 맛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속까지 따뜻해졌다.
‘이 맛이 여행의 휴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켄츠 베이커리에서의 한 시간은 짧았지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빵집 밖으로 나오면서도 그 향이 코끝에 남아 있었다.

가원밥상

저녁은 일부러 특별하게 먹고 싶었다. ‘부산에 왔으면 이걸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생아구수육이었다.
요즘 MZ 맛집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너무 기대가 됐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귀찜 냄새와 함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우리는 원래 빨간 양념이 들어간 아귀찜을 더 좋아한다. 거기에 쌀밥의 조합이면 밥 두 공기는 거뜬하다.
그런데, 여기는 아구수육을 먹어야 한다기에… 우리는 제일 인기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아구수육이 나왔다. 접시 위에는 콩나물이 그득하게 깔려 있었고, 향긋한 부추도 같이 올려져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아구와 간이 한가득 있었고, 색색의 고추들이 토핑 되어 있었다.
양도 어마어마해서 깜짝 놀랐다. 첫 입을 먹자 입안 가득 바다 냄새와 짭조름한 맛이 번졌다.
고추냉이 간장이랑 먹으면 더욱 잘 어울렸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는 풍경처럼 특별했다.
밥과 함께 먹으면 또 다른 차원의 맛이 된다. 함께 먹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꼈다.
식당을 나서면서 나는 오래간만에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날 밤, 해운대 바닷가를 걷는데,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오늘의 부산, 오늘의 나

부산의 해수욕장과는 다른 오륙도를 감상하며 바라보는 바다는 달랐다.
바위에 파도가 부서지고, 파도는 또 잘게 부서지고… 또 다른 장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원에서 동생말 전망대로 가면 광안대교랑 해운대 바닷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뷰가 또 생겨났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빵순이가 지나칠 수 없는 베이커리.
부산에서의 하루는 빨리빨리 지나갔다. 그럴수록 더욱더 아쉬워졌다.
부산에 올 때마다 그렇다. 바다 내음, 바람 소리, 뷰가 좋은 너무 이쁜 카페들. 우리가 만족하기에 너무 충분했다.
그리고 올 때마다 가고 싶은 곳들이 마구 생겨난다.
나는 속으로 또 다짐했다. “다시 와야겠다. 부산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줄 테니까.”
그때는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기를.
“오늘은, 참 즐겁고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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