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오면 늘 마음이 조금 달라진다.
일상과는 다르게, 바람이 다르고, 공기가 다르고, 내 안의 속도도 조금 느려진다.
이번엔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았다. 그냥 ‘떠나야겠다’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영도로 향했다.
부산역에서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바다가 조금씩 보였다.
처음엔 ‘그냥 우연이겠지’ 했다. 그런데 버스가 달릴수록 바다는 가까워지고, 내 마음도 조금씩 풀렸다.
마치 오래 기다리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목차
- 흰여울문화마을
- 미피카페
- 태종대전망대
- 돌아오는 길
흰여울문화마을
요즘 부산 영도의 핫플로 꼽히는 곳이다.
감성 가득한 소품샵들과 카페들이 있고, 레트로한 느낌들이 한가득한 이곳이 너무 맘에 든다.
큰길에서 해안가로 내려올 수 있는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걸어서 오면 좋겠다는 생각 했다.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상선들이 보이고, 낡은 주택가이지만, 이색적이고 감성적인 풍경을 보면서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색 바다를 보니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방송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너무 인기가 많았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로 너무 붐벼서 천천히 천천히 조심하게 걸었다.
곳곳에 포토존도 많이 있어서, 열심히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보았다.
바다 옆 해안산책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해안터널 동굴 안으로 예쁜 사진을 남길 수도 있었다.
부산 바다를 보면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분식 카페 흰여울점빵도 유명하다.
근처에 구름에라는 카페에서 잠시 앉아 쉬어 가기도 했다.
그리고 오래전 내가 떠난 여행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겹쳐졌다.
바다 앞에 서 있는 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미피카페
골목을 더 걷다가 발견한 미피카페.
하얀 건물, 큰 통유리, 그리고 바다. 그 모습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냥 들어갔다. 뭔가 끌리는 기운이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커피 향이 코끝을 감쌌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라테를 주문했다. 잔을 들자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바깥은 바다였다. 파도가 천천히 흐르고, 갈매기 몇 마리가 하늘을 스쳤다.
그 장면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사진보다 더 깊게.
내 옆 테이블에는 여행 온 듯한 두 사람이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여행이란 이런 순간이 아닐까.
그냥 특별하지 않은 하루 속에 스며드는 작은 행복.
태종대전망대
카페를 나와 버스를 탔다.
버스 종점이 태종대였다. 내리자마자 거센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머리칼을 휘날리고, 내 숨결 속에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실었다.
전망대에 서자, 탁 트인 바다와 절벽이 펼쳐졌다.
바다는 깊고 짙었다. 하얀 파도가 절벽에 부서졌고, 멀리 배 한 척이 느리게 지나갔다.
그 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 장면은 카메라보다 내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바람과 파도 소리가 이번 여행의 기록이 됐다.
돌아오는 길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 창밖으로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부산의 밤은 낮과 다르다.
낮엔 바다가 주인공이었다면, 밤엔 사람들의 이야기와 불빛이 주인공이 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도 느꼈다.
여행은 사진보다 마음에 남는 것이라는 걸을.
사진은 순간을 보여주긴 하지만, 마음속 기억은 그때의 내가 경험했던 바람, 공기, 냄새까지 기억된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창밖 바다를 보며, “다시 또 올 거야.”
부산은 바다 내음은 또 그렇게 내 마음 한 곳에 오래도록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