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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산 여행기 7편: 감천문화마을, 부평깡통시장, 돌고래 순두부

by 크리m포켓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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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는 도시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공기부터 다르다.
약간 짭조름하고, 조금은 들뜬 냄새. “아, 여기서는 잠깐 살아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해운대 쪽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갔다.

목차

  • 감천문화마을 
  • 부평깡통시장
  • 돌고래 순두부
  • 저녁 바람 속에서

별빛처럼 빛나던 감천문화마을 모습

감천문화마을

이름만 들었을 땐 그저 ‘예쁜 벽화마을’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완전히 달랐다.

언덕이 진짜 많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상하게 뒤돌아보면 또 예쁘다.
집들이 파스텔톤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그게 다르게 보면, 마치 서로 기대 사는 사람들 같았다.

파란색, 분홍색, 연두색, 색깔이 참 밝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뭉클했다.
여기 처음 자리 잡은 사람들이 피난민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 밝음이 더 짠하게 느껴졌다.

한 벽면에는 BTS 사진이 붙어 있었다.
팬들이 사진을 찍으며 웃고,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여기가 제일 인기 많아요” 하며 웃으셨다.
그냥 낯선 사람들끼리 한 공간을 나누는 그 순간이 좋았다.
햇살이 부서지고, 웃음소리가 퍼지고, 그 안에 나도 잠깐 섞여 있었다.

바람이 좀 세게 불었는데.. 그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그 한마디 듣고 싶었던 걸까? 나도 모르게 숨이 깊어졌다.

부평깡통시장

감천에서 내려와 시장 쪽으로 갔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그냥 냄새에 끌려서..
깡통시장 입구부터 정신이 없다. 튀김 냄새, 고기 굽는 냄새, 음악, 사람들 웃음소리.
근데 그 혼잡함이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노점마다 사람들 얼굴이 다 달랐다.
바쁜데 다정하고, 툭툭 던지는 말에도 정이 묻어 있었다.
“맛있어요, 먹어봐요.” 그 한마디에 그냥 사 먹게 된다.

나는 어묵 하나, 떡볶이 한입, 김밥 반줄. 그렇게 조금씩 먹으며 걸었다.
국물 한 모금 삼키는데, 그게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냥, 누군가가 건넨 온기 같았다.

한쪽 가게엔 연예인들이 다녀갔다며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나도 찍고 싶어!” 하며 웃더라.
그 모습이 참 좋았다. 그냥 ‘살아있는 순간’ 같았다.

시장 골목 끝에서 혼자 소주 한잔 마시던 아저씨를 봤다. 그냥 그 모습이 멋있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기 시간을 사는 사람. 그게 부럽기도 했다.

돌고래 순두부

시장 근처에서 다리가 아파 잠깐 쉬려다
‘돌고래 순두부’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름이 귀여워서 그냥 들어갔다.

식당은 작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일을 하고 계셨다.
말없이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순두부 하나 드릴까?”
나도 그냥 자연스럽게 “네”하고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빨간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보글보글 김이 피어오르고, 그 안에는 흰 순부두가 가득 있었다.
너무 뜨겁게 보였지만, 뜨끈한 국물을 빨리 먹고 싶어졌다.
우와~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깊은 맛이 느껴지는 얼큰한 순부두였다.
그 맛은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 종종 먹던 그런 순두부 맛이 났다.
밥 위에 국물 듬뿍 떠서 먹던 그 기억이 확 밀려왔다.
그냥 그 한입에 마음이 풀렸다. “이 집 오래됐어요?”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있었어요.” 하시며 웃으셨다.
그 웃음이 참 따뜻했다.

그 순간, 이상하게 서울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저녁 바람 속에서

식당을 나왔을 때 하늘이 주황색이었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살짝 날렸다. 왠지 모르게 그 바람이 고맙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편했다.
여행에서는 남는 게 사진이라지만, 이번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흘러가는 데로 보고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이 진짜 여행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진짜 자주 가던 해운대나 광안리 느낌이 아니라서 더 색달랐다.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더니.. 창문으로 부산의 바람 냄새가 들어왔다.
나는 순간 또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좋았어.”

그리고 고단한 하루를 보냈던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깊은 잠에 들었다.

이번엔 꼭 여행이라기보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내 마음에 그냥 새겨졌다.
조금은 엉뚱하고, 따뜻하기도 했던,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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