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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여행기 4편: 오다이바 해변공원, 다이바시티 건담, 츠키지 시장, 팀랩 플래닛, 도쿄타워

by 크리m포켓 202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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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은 여행 시간이 계속될수록 피곤이 누적되는데, 그날은 몸이 정말 가볍게 느껴졌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도쿄 한복판의 시내 아침 모습은 또 색달랐다. 차들이 달리는 소리, 신호등이 바뀌는 소리, 아침부터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며, 모든 것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오늘은 오다이바부터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호텔 창밖으로 또 만난 도쿄타워

오다이바 해변공원

전철을 타고 가는 길, 창밖 풍경이 점점 넓어졌다. 빌딩 숲을 지나 바다가 스쳐 보이자 가슴이 탁 트였다. 서울에서 바다를 보려면 몇 시간을 달려야 하는데, 도쿄에서 이렇게 쉽게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해변공원에 내리자 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우면서도 소금기 섞인 바람, 그게 너무 좋았다. 솔직히 특별할 건 없는 풍경인데도, 여행 중이라 그런지 모든 게 더 특별하게 보였다. 옆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괜히 웃음이 났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싶으면서도, 도쿄라면 또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꼭 뭔가 해야만 여행인 건 아니니까. 가만히 앉아서 파도 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이바시티 건담

다이버시티 도쿄플라자를 건물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건담이 나타났다. 솔직히 사진으로 봤을 땐 ‘크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말문이 턱 막혔다. 정말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디테일이었다.
정말 나도 모르게 “와…” 하고 소리 내고 있었다. 진짜 주변 사람들도 다들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바로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보니 사진엔 절대 그 크기와 웅장함이 제대로 담기질 않았다. 결국 그냥 눈으로 오래 보는 게 제일이었다.
밤이 되면 조명과 영상, 음악까지 더해져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기대 없이 가서 그런지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다. 오랜만에 가슴이 쿵쿵거리는 느낌도 났다. 실제로 눈에 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츠키지 시장

점심 무렵에 방문한 시장은 입구부터 북적거리는 사람들, 상인들의 목소리, 갓 구운 생선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역시나 도쿄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구나 또 생각했지만, 그 활기가 또 좋았다.
야마초 계란말이는 이미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이게 그렇게 대단한 맛일까?’ 정말 기대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입 먹자마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계란말이는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짭조름한 맛이었다. 평범한 듯한데, 그냥 단순한 계란말이 그 이상이었다.
추천하는 음식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나는 그 자리에서 괜히 “야, 이거 진짜 맛있다”를 몇 번이나 말하며 웃었다. 친구는 “너 원래 계란 별로 안 좋아하잖아”라며 놀리듯 말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계란이 너무 고마웠다.

팀랩플래닛

오후엔 팀랩플래닛으로 갔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발끝에 닿는 물이 차갑게 스며들었다. 어둠 속에서 빛이 춤추듯 움직였고, 손끝을 스치면 반짝임이 흩날렸다.
그곳은 정말 다른 세계였다. 꽃이 피고 사라지고, 물고기 빛깔이 벽을 가득 채웠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도 그 감각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오직 내 눈과 마음속로만 새길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솔직히 약간은 현실 감각이 흐려지기도 했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 건지, 이게 진짜 공간이 맞는 건지.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마저도 즐거웠다.

도쿄타워

해가 지고, 마지막으로 도쿄타워에 올랐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붉은빛이 이미 설레게 만들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도쿄의 야경은, 그야말로 바다 같은 불빛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도시, 작은 별처럼 깜빡이는 창문들.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기댄 채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루를 마치며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꽉 찬 하루였다.” 바다와 바람, 거대한 건담, 따끈한 계란말이, 빛의 숲, 그리고 붉게 빛나는 도쿄타워까지.
여행은 결국 이런 거다. 거창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감정을 껴안는 것. 오늘 나는 그 감정들을 한가득 안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마, 언젠가 이 기억을 떠올리면 다시 웃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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