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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 여행기 1편: 호빵맨 박물관, 아카렌가 창고, 카도헤이, 코스모월드 대관람차

by 크리m포켓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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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에 없던 요코하마였다. 도쿄에 며칠 머물다 보니 사람 많은 거리와 빡빡한 일정이 갑자기 숨 막히게 느껴졌다. 그냥 지하철 노선도를 보다가, 이상하게 ‘요코하마’라는 글자에 눈이 머물렀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거길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순간 멈춘 세상 - 코스모월드 대관람차

호빵맨 박물관

입구에 서자마자 조금 민망했다. 주변은 아이 손 잡은 부모님들뿐. 나는 혼자였다. 순간 돌아갈까 싶었는데, 이미 코끝에 들어온 빵 냄새와 알록달록한 간판을 보니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뒤엉켜서 들려왔다. 처음에는 정신이 어지러웠는데, 금세 그 소리에 나도 웃게 되더라. 빵 가게에서 호빵맨 얼굴이 그려진 빵을 하나 샀다. 먹기 아까워서 한참 들고만 있었다가 결국 한입 베어 물었다. 평범한 단팥빵 같은데…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맛 때문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이유 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이 스쳐 갔다.

사진을 몇 장 찍다가 그만뒀다. 도무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그냥 눈으로, 마음으로 붙잡고 싶었다.

아카렌가 창고 

날이 저물 무렵 찾은 아카렌가 창고는 낮과는 완전히 달랐다. 벽돌 사이사이에 조명이 스며들자, 오래된 건물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보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부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사실 쇼핑은 관심이 없었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창밖 풍경과 기타 치는 거리 공연자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그 평범한 커피가 묘하게 특별해졌다.

‘여행은 결국 이런 순간 때문에 하는 게 아닐까?’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도헤이

소바는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라 요코하마에서도 뭐 크게 다를까?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카도헤이에서 츠케멘을 먹는 순간 내 생각이 180도 완전히 바뀌었다.

면발은 정말 쫄깃했고, 국물은 묘하게 깊고 진한 맛이었다. 면을 입에 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깔끔하면서도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이유가 다 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단순한 소바 한 그릇인데도, 이상하게 마음까지 흔들렸다. 무심코 “와…”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직도 충격적인 소바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요코하마에서 이런 맛집을 발견하다니..

웨이팅이 있었지만 그래도 기다리 길 잘했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소바집은 무조건 추천할 맛집이다.

코스모월드 대관람차 

마지막은 코스모월드 대관람차였다. 멀리서도 보였던 거대한 불빛 원이 가까워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혼자 타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정작 올라가고 보니 혼자라서 더 좋았다.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요코하마의 야경이 발아래 펼쳐졌다. 바다 위 반짝이는 불빛,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 불빛, 고요히 빛나는 건물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숨을 쉬는 것도 아까워서 그저 바라봤다.

내려올 때는 괜히 아쉬웠다. 한 바퀴 더 타고 싶었지만, 아쉬움도 여행의 일부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창밖 불빛을 보며 생각했다. 호빵맨 빵 한입, 아카렌가의 붉은 벽돌, 카도헤이의 국물, 대관람차에서 본 요코하마의 화려한 불 빛들. 기대하지 않았던 요코하마 여행이어서 오히려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일본 하면 도쿄에 꼭 가야 해 이렇게 생각했는데... 요코하마의 매력이 너무 넘쳐서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 온다면 요코하마에서 더 머무르고 싶다.

볼 것, 할 것, 살 것 너무나도 훌륭한 여행지였다. 그래서 여행은 매번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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